‘서소문 밖 네거리’는 조선 후기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회적 시대상을 오롯이 간직한 장소이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은 서소문 밖 네거리가 지닌 시대의 기억과 역사적 가치를 바탕으로, 이곳을 생명의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조선시대 사상사를 중심으로 상설전시 1실과 서소문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보여주는 상설전시 2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기획전시실, 교육공간인 명례방, 도서관, 성 정하상 기념경당과 콘솔레이션홀, 하늘광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소문의 자음인 ‘ㅅㅅㅁ'은 한줄로 연결되어 있다. 첫번째 ‘ㅅ’은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을, 두번째 ‘ㅅ’은 대지의 길을 걷는 순례자를 상징하며, 마지막의 ‘ㅁ’은 순교의 정신을 간직한 성지를 상징한다. 한글을 모티브로 하여 하늘과 사람, 그리고 땅의 조화를 나타낸 디자인이다. 이 모든 요소는 서소문이 가지는 순교의 역사와 공원에서의 ‘쉼’, 생명의 보금리인 ‘숲’, 그리고 미래로 이어질 문화적 가치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1996년 지어져 활용되어지던 지하 4개층, 11,000여평의 공영주차장 공간을 재편해 역사기념공간을 건립하면서 지하와 지상의 관계는 건축적 개념의 한 축이 되었다. 지상의 공원과 지하의 박물관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녹지로 둘러쌓인 공원의 외곽에 드러난 지하 역사박물관의 광장벽과 코어 벽이 드러나며 지하의 존재감을 암시하고 있다.
위로와 위안을 주는 공간인 콘솔레이션 홀은 고구려 무용총의 내부 구조를 모티브로 했다. 두께1.5m로 사방을 두르고 있는 벽체는 2m 높이로 떠있는 틈을 통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는 자세로 경배의 진입이 이루어지도록 의도했다. 중앙에는 박해 시기에 순교한 성인 다섯 분의 유해를 모시고 튜브를 통해 자연광이 비추어지고 있어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방의 벽면에는 겸재정선의 금강내산전도(6분), 스테인드글라스(6분 20초), 레퀴엠을 위한 영상(14분) 등의 미디어아트가 잔잔하게 시연되고 있다.
콘솔레이션홀 반대편 외부에는 하늘광장이 위치하고 있다. 33m x 33m 너비에 18m 깊이의 공간은 사방이 벽돌벽으로 둘러싸여 하늘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유도하며, 압도적인 공간감을 선사한다. 하늘광장 오른쪽에 위치한 좁은 문으로 들어가면 순례자의 길을 뜻하는 하늘길에 들어서게 된다. 지하3층부터 지상의 공원까지 연결된 하늘길은 미디어아트 전용공간으로 다양한 미디어아트가 시연되는 공간이다. 프로젝터 12개와 스피커 50여개가 매입형으로 설치되어 시각적, 청각적인 웅장함을 체험할 수 있다. 미디어아트 존을 지나면 길 끝에는 자연석으로 조각된 권석만 작가의 ‘발아’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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